chae―!

료이키 텐카이 아이돌

by @chaemnm/아이디어

고죠 사토루의 영역 전개고죠 사토루의 영역 전개

만화 <주술회전>을 아시는가? 이런 기시감을 느꼈다. 각자의 취향을 영역처럼 펼치고 힙스터력을 겨루는 저 사람들, 만화 속 주술사와 비슷하네. 아하, 이 사람들 료이키 텐카이를 외치고 있구나.

1) 그냥 뉴진스라고 말하기

힙스터를 자처하는 이들이 흔해지면서 비주류로서의 힙은 어렵다는 것을 종종 경험함. 나만 아는 밴드는 모두가 아는 밴드가 되고 단순히 비주류의 정도로 힙스터력을 겨루던 관습은 희미해지는. 이는 그런 관습 대신 자신이 지지하는 것이 곧 진짜 힙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와 다르지 않을 거임.

저는 그 주장이야말로 요즘 소비자들이 바라는 지점이 아닐까 하는데 요지는 큰 노력 없이 간단히 얻을 수 있는 힙임. 예를 들어 아트하우스 영화를 즐겨 보면서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런 힙과 주류의 균형 맞추기는 쿨하고 싶은 힙스터들의 클래식 중 하나지만 가장 단순한 방법은 아님.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냥 뉴진스라고 답하기. 이 대답이 바로 가장 단순한 방법이라는 것이 제 논지임. 이 시대의 힙은 아이돌을 통한다. 이에 대한 저의 관점을 다루어 보려고 함.

힙하고 싶은 시대. 세대를 관통하는 콘텐츠가 사라지고 뉴 미디어 플랫폼이 자리를 대체하면서 파편화된 개인의 취향이 원하지 않아도 모두를 힙스터로 만든다는 생각임. 요즘 독서를 힙하다고 한다는데 책을 가지는 것만으로 힙해진다는 달콤한 이야기가 그 현상의 원인이래도 무리는 아닐 거임.

독서를 열심히 한들 그 근면함이 나의 힙스터력을 담보하지 않음. 여기서 가장 간단한 방법은 힙해 보이는 책을 사는 것. 물건은 꺼내 보이면 충분하다는 점에서 힙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플라시보임. 이는 기분만 내는 정도에 그치더라도 피로감 없이 취하는 힙이 시대의 니즈라는 것을 간단히 보여줌.

'힙 중 힙은 메인스트림' 따위의 자조적인 격언이 보여주듯 어떤 힙스터들의 종착지는 주류임. 다른 힙스터를 피해서 자신의 영역을 만드는 힙스터의 습성 탓에, 모순되지만 힙은 필연적으로 주류의 자장 아래에 놓이게 됨. 니치 마켓이 포화되면 남은 영역은 그들이 찾지 않았던 주류임.

여기서 주류가 힙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방법은 지지할 수 있는 쿨한 물건을 내어오는 것. 결국 힙이 뭔데 물었을 때 모르는 게 아니라, 뭐가 뭔지 아는 게 힙이라면 지지할 수 있다는 말은 매우 중요함.

그런 맥락에서 K-POP이 글로벌 스탠더드로서의 보편성을 만족한 시점은 결정적임. BTS가 정상에 오르면서 하나의 과제가 해결되었고 상업적 성취는 산업의 전장을 세계로 넓혔더랬죠. 그들 스스로가 가장 주류의 것이 되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 성취만이 산업에 남아있는 과제는 아니겠음.

주류 음악 시장에 이름을 남겼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장르에 나아갈 궤적을 그려줄 것 같지만 과거 마블이 오스카에서 그들의 이름이 불리길 고대하던 것처럼 한편으로 그 궤적을 지지하는 교각은 비평의 영역임. 언제나 서로가 동의하는 부분은 아니더라도 본질적으로 비평과 힙은 긴밀하다는 점.

2) attention is all you need

제가 이 글을 통해 보이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인데 첫째로, iykyk임. if you know you know. 아는 사람은 안다는 의미의 이 문장은 힙스터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진술하고 있음. 기만적이며 경쟁적인 그 태도가 힙스터력을 키우는 법. 이것을 가장 탁월하게 다루는 아이돌이 뉴진스임.

'The Girl from Ipanema' 아시나요

아주 작게는 뉴진스의 일상적인 콘텐츠에서도 찾아볼 수 있음. 예를 들어 시카고의 어느 LP 스토어에서 "Getz/Gilberto"를 구매하는 혜인의 모습에 보사노바 아시는구나로 반응하듯. 아마 연출된 장면은 아닐 텐데 민희진 씨가 응답한 뉴진스에 대한 인터뷰들에서 그 영향이 아주 잘 나와있음.

한 번은 멤버 전원이 콘셉트와 방향성에 대해 들을 겸 저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는데 제가 집에서 듣던 음악을 듣고 이 꼬마가 너무 좋다고 연신 감탄하며 메모하더라고요. [...] <The Girl from Ipanema>는 마치 제 주제가(?) 같은 곡이고요. - 비애티튜드 인터뷰

규모를 키우면 뉴진스가 '올해의 상'을 휩쓸었던 그 해, 뉴진스만큼 많이 들렸던 이름은 그들의 프로듀서 '250'임. 의도든 아니든 250의 "뽕"이 뉴진스의 데뷔 EP와 함께 2022년을 휩쓸었고 그의 쿨함이 곧 뉴진스의 힙스터력을 짙게 만든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거임.

아는 사람은 알잖아를 기본으로 깔고 가지만 뉴진스의 프로모션이 무엇보다 강력한 이유는 심지어 모르는 사람조차 기껏해야 키워드를 구글이나 유튜브에 검색하는 것만으로 아주 간단히 알게 된다는 점임. 이것이 바로 인터넷 시대에서 iykyk가 작동하는 방식이고 이는 분명 뉴진스의 동력임.

어쩌면 파레토 또는 롱 테일 전략이 떠오를 거임. 배경이 유사한데 이에 대해 짧게 소개해 보겠음. 파레토는 상위 20%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는 법칙임. 소수의 베스트셀러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위의. 롱 테일은 그 반대 개념이고 아마존의 비지니스 모델로 널리 알려졌음.

즉, 롱테일은 비주류 서적 80%를 다루는 온라인 서점이 주류 서적 20%에만 접근하는 오프라인 서점을을 이긴다는 거임. 이때 인터넷이 롱 테일을 효과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삼.

파레토가 인기 상품 20%에 주목했다면 롱 테일은 비주류 80%를 몽땅 품으려는 시도임. 한정된 물리적 공간에는 비주류 서적 전부를 배치할 수 없지만 인터넷은 그렇지 않음. 나아가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취향의 교류가 니치 마켓을 보다 활성화 시킨다는 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임.

마찬가지로 iykyk type의 물건을 만들고 발견하는 사람들의 취향은 롱 테일에 해당하지만 끝내 향유하는 이들은 다수임. 롱 테일이 그러하듯 인터넷을 매개하여 그들의 힙스터 '깔'이 얼마나 쿨한지 퍼져 나갈 것인데 이를 수용하는 입장에서는 그리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매우 중요함.

어떻게든 물꼬만 틀어주면 내러티브를 이해하는 일은 숨 쉬는 것만큼 간단하다는 거임. 무라카미 다카시와 후지와라 히로시를 처음 들어본다고 해도 구글이 알고 있다는 시점에서 큰 문제가 아니겠음. 지지할 만한 쿨한 물건을 내놓을 수만 있다면 그 힘은 어떤 시대보다 지금이 강력함.

국내에서 많은 아티스트들이 저지 클럽을 꺼내 들었지만 결국 아는 채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입에서나 오르내리는 단어를 수면 위로 올린 것은 뉴진스와 뉴 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임. 어떤 이들은 '따 따 따다따' 리듬에 여전히 뉴진스라고 반응하는 것처럼 그들의 선도적인 이미지는 정말 앞서 있음.

이런 시도를 뉴진스 앞에서 찾아보면 2021년에 에스파가 'Next Level' 발매 이후 주도한 흐름이 아주 유사하다고 봄. 그런데 '광야'의 이름으로 전개된 프로모션은 크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삼. 이는 음악보다는 다소 빈약한 브랜드 내러티브의 문제라는 지적에 동의할 거임.

이것이 제가 보이고 싶은 둘째임. 저는 에스파의 오랜 팬이고 'Next Level'과 이어지는 두 개의 미니 앨범을 매우 좋아함. IP 사업을 전개한다는 광야의 방향성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단순하게 접근했다는 점은 실수임. SMCU의 영상들은 팬 서비스라면 몰라도 내세울 퀄리티는 아님.

신기술을 키워드로 미래 지향의 이미지를 꿈꾸었지만, 그들의 NFT 시장 접근 방식만 살펴도 기술 시장에 대한 이해도 높지 않아 보이고 같이 내놓은 SMCU의 결과는 성수동 SM 사옥 일대를 광야라고 부른다는 것 정도의 미약한 수준에 그쳤음. 저는 광야라고 부르기를 좋아하긴 합니다만.

반면에 Y2K를 위시한 상징적인 데뷔 앨범, 밀레니얼의 정취를 성공적으로 끌고 온 'Ditto'의 프로모션, 팬 플랫폼 '포닝'의 톤 앤 매너조차도 뉴진스라는 브랜드를 견고히 하고 있다는 거임. 따라오는 인터넷의 웅성임. 그 내러티브는 후년에 있을 일본 데뷔에서 씬의 두 거장과의 협업으로 이어졌음.

마치 '진짜'를 만들면 된다는, 누가 안하고 싶어서 안하냐는 식의 당연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를 정확히 하면 퀄리티의 역치에 대한 주장임. 퀄리티와 세그먼트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어떤 선이 있을 거임. 선을 넘기면 유입이 강해지고 저는 그 역치에 해자가 있다고 말하고 싶음.

결론적으로 저는 iykyk와 퀄리티의 역치가 매우 협력적인 관계라고 생각함. 연출자는 퀄리티를 담보만 할 수 있다면 사사로운 취향을 흩뿌려도 되려 효과적임. 그래서 뉴진스는 역치의 아래가 없음. 그 고고함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서 뉴진스를 꾸린다는 거임.

'Armageddon'과 비교를 해보시면

에스파도 성급했지 못 하는 것은 아님. 저는 "Drama"를 기점으로 개선을 가장 체감하는데 해당 앨범 전후의 MV를 비교해 보면 적당할 것 같음. 가상 현실 VFX와 세트 일부를 전위적인 연출이나 단색 위주의 소품으로 대신하여 훨씬 인상 깊은 비주얼을 보여줌. 이때 프로덕션 팀은 동일함.

프로덕션 팀이 동일하다는 말은 저는 개선의 시기를 이수만 대표의 퇴진 언저리로 짐작함. 그의 미감이나 음악적 판단을 좋아하지만 프로덕션 전반에서 만듦새가 역치를 넘겼냐면 아니라고 봄. 즉, SM은 개선된 지금의 경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투자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겠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쿨한 물건가장 간단한 방법은 쿨한 물건

자세히 따지는 것은 글과 무관하기 때문에 여기서 다루지 않겠지만 그 개선을 프로모션 수준에서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면 바로 정규 1집의 CDP가 되겠음. 태생부터 미래 지향과 전위성에 적을 둔 에스파가 뉴진스를 따라갈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음. 단지 프로덕션이 역치를 넘길 수만 있다면.

그 지점에서 소비자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힙해지는 가장 단순한 방법을 마주하게 됨.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쿨함을 가지는 그 방법은, 간단히 바라는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되는 마법임.

'attention' is all you need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는 물음에 그냥 뉴진스라고 답하기. '가장 대중적인 것이 가장 힙하다'는 말은 이 시대의 자기 실현적 예언이란 말인가요. 애쓰지 않고 가지는 힙, 그 영역에 대하여. iyk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