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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스트리밍의 TAM

by @chaemnm/아이디어

1)

아마 한국에서 동영상 플랫폼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대부분이 유튜브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고 이어지는 생각은 '그게 되겠나' 정도 아닐까 함. 실제로 이 직관을 이긴 플랫폼은 없을 거임.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 역시 유튜브 라이브와 트위치라는 두 플랫폼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음.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트위치 코리아 철수라는 이슈 탓에 특이한 지형도가 만들어졌고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의 지배적인 플랫폼들을 대체하는 것에 성공한 국내 플랫폼이 존재하게 되었음.

TAM은 Total Addressable Market의 약자고 대략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최대치의 시장 규모를 의미함. 우선, 한국 서비스 플랫폼의 TAM을 글로벌로 볼 수 있는지 물어보면 한국 내수 시장의 강자로 널리 알려진 플랫폼들을 금방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경험적으로 대답은 대개 아니다가 될 거임.

다시 말해서 한국 서비스 플랫폼의 TAM은 대부분 내수 시장이 한계일 것이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음.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비영어권 국가라는 점에서 뒤떨어지는 확장성이 문제라는 지적에 동의할 텐데 따라서 이 논의에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가정이 필요함.

만일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언어의 장벽이 '충분할' 정도로 무너진다고 가정해 보겠음. 저는 그런 미래는 반드시 온다는 생각이고 기술의 발전 속도에 따라서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라는 편에 베팅하고 싶음. 이때 한국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포지션에 대해서 따져 보려고 함.

충분이라고 쓴 이유는 그 경계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 수 없기 때문임. 한편으로 그런 미래가 오지 않는다면 한국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TAM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없을 거임. 유튜브 라이브와 트위치가 존재하는 이상 언어 장벽의 충분한 해소없이 TAM을 높이는 것은 무리한 과제라고 봄.

최근에 저는 국내 온라인 교육 서비스 플랫폼 CTO 분의 인터뷰 하나를 봤음.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인데 유데미 파이의 아주 일부만 먹어도 엄청나고 그 방법은 인공지능이 될 수 있다는 내용임. 저는 그 동기와 방법이 한국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매우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

2)

제가 다루고 싶은 것은 치지직임. 치지직은 트위치 코리아 철수의 결과물로 그 파이를 흡수했음. 이는 치지직이 유튜브 라이브 등 주류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부분적으로 승리했다는 의미가 됨. 즉, 치지직은 국내에서 마땅한 경쟁사가 없다는 말이고 지역적으로 독점일 가능성이 높음.

SOOP을 고려하지 않은 것에 의문이 생길 수도 있는데 저는 두 플랫폼의 파이가 유사하지만 한편으로 매우 독립적이라고 생각함. 이와 관련해 라이브 스트리밍의 플랫폼 종속을 부정하는 의견이 많은데 그건 틀린 주장임. 간단하게 트위치 코리아 철수 이후 두 플랫품의 MAU 추이만 봐도 알 수 있음.

국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MAU국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MAU

이탈이 없진 않았지만 저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누군가 이탈하면 다른 이가 자리를 매꾸며 크는 바텀 업이라고 봄. 이용자가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다는 의미이고 대형 스트리머들의 이적에도 깔끔히 MAU를 흡수한 치지직이 증거임. 플랫폼 간의 성격 차이도 같은 이유로 좁혀지기 어려움.

불안정한 서비스 초기라면 몰라도 치지직이 안정화된 시점부터 SOOP의 행보가 그다지 치지직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간단한 예상과 이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덧붙여 설명해 보겠음.

첫째로, backed by NAVER의 수익 구조임. 네이버가 치지직을 전개해서 초기에 수익을 보자는 의도는 아닐 거임. 짐작건대 기대하는 것은 아마존과 트위치의 관계임. 아마존 구독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가 트위치 이용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때 트위치는 미끼 상품에 불과함.

24년 3월 중 치지직 관련 기사24년 3월 중 치지직 관련 기사

아주 단순하게 네이버 멤버십을 떠올려 보삼. 프라임 모델을 그대로 따른다면 네이버 맴버십의 하위 상품으로 치지직의 유료 상품이 포함될 거임. 네이버는 churn rate를 개선하고 광고 수익을 얻음. 모델의 요지는 치지직은 상품 판매 수익 이상으로 맴버십과 광고의 출입구로 기능한다는 것이겠음.

둘째로, 이러한 구조가 주는 우위임. 예를 들어 SOOP의 주요 아이디어인 고품질의 게임 콘텐츠를 다루어 보겠음. 최근 SOOP은 프로게이머와 대회를 위시하여 글로벌 진출에 힘 쓰는데 이는 언어 장벽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에서 꽤 유의미한 접근일 수 있음.

하지만 다른 논의를 차치하고 프로 씬과 관련된 라이브 스트리밍은 플랫폼과의 계약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것을 특정 플랫폼에 고정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먼저일 거임. 아마 자본이 결정할 것이고 네이버에게 치킨 게임의 의지가 있다면 어떤 형태로 흘러가든 이길 가능성이 큼.

네이버는 수익보다 retention을 보고 진입한 시장에 가까움. 즉, 적자에 의미를 두지 않고 공격적으로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수익 구조는 현금을 풀어야 하는 경쟁사 입장에서 아주 무서운 일임. 어쩌면 쿠팡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를 수행 할 수 있는 곳은 네이버 정도가 될 거임.

실제로 쿠팡이 OTT 시장에 진입하고 스포츠 중계권을 싸그리 따냈다는 점을 생각해 보삼. 보통 플랫폼 비지니스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한계 비용을 0으로 봄. 예를 들어 쿠팡 맴버십 회원이 늘어나도 쿠팡이 감당할 비용은 늘지 않음. 때문에 규모를 일으키고 BM을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겠음.

이를 아주 간단하게 보이면 SPOTV의 MAU는 70만 명 정도임. 전부를 구독자로 잡아 보겠음. 이번에 쿠팡이 딴 EPL 중계권료는 연간 700억으로 이는 고정 비용임. SPOTV의 경우, 감당할 고객 당 비용은 700억/70만으로 10만 원이 되겠음. 그런데 쿠팡 와우 맴버십 구독자는 1400만 명임.

쿠팡플레이의 MAU를 기준으로 하면 700만 명이고 고객 당 비용은 1만 원임. 매우 단순화해서 실제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고정 비용 분산에서 우위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통할 거임. 그래서 구독 모델의 중계권 경쟁에서 쿠팡을 이기기는 어려움. 치지직과 SOOP도 비슷한 구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함.

이스포츠의 경우는 SOOP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시장인 만큼 치지직이 중계권 등을 곧장 독점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밀리는 일은 없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선택의 여지는 치지직에게 있다고 봄.

셋째로, 플랫폼의 성격 차이임. 이는 매출의 80% 정도가 별풍선이고 그것을 특정 방송에 매우 의존하는 SOOP의 수익 구조와 결부되어 있음. 이미지 개선을 위해 리브랜딩을 진행했지만 정작 이미지가 망가지는 원인에게 매출을 의존하기 때문에 해결할 수가 없다는 레전드 사건이 발생했다는 거임.

이는 어디에 종속될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개인화 경험으로 연결됨. 별풍선에 의존적인 수익 구조가 그대로 반영된 일상적인 라이브 스트리밍 문화 차이는 전환 비용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임. 트레이드 오프겠지만 그런 수익 구조에는 게임 콘텐츠의 바운더리를 다소 좁힌다는 문제가 있음.

순서대로 SOOP과 치지직순서대로 SOOP과 치지직

SOOP이 글로벌 시장의 유행과 괴리율이 커지는 지점이 있다는 의미이고 어디서나 흥하는 대형 합동 콘텐츠가 아닌 경우, 전부는 아니여도 대개 들어맞음. 예를 들어 연말연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타르코프는 SOOP에서 점유율이 0에 가깝지만 치지직은 시즌에 맞춰 주류로 올라옴.

이는 트위치 코리아가 그러하였듯 비교적 넓은 바운더리를 가진 시장 참여자 다수가 치지직에 종속되어 생기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와 같음. 적어도 트위치 코리아가 설립된 2017년부터 플랫폼 간의 수요는 갈린 상태에서 치지직으로 이어졌고 여전히 내수 시장은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함.

3)

규제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 독점에 가까움. 한국 스트리머의 공급이 특정 플랫폼에 묶여있는 지역 특수성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요만 있다면 충분히 독점적일 것이고 이는 플랫폼의 해자가 될 거임. 이때 TAM은 글로벌인 동시에 한국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니치 마켓으로 볼 수 있음.

따라서 글로벌 확장의 주요 소구점은 한국 라이브 스트리밍 생태계 자체라고 봄. 이는 치지직의 경쟁 우위일 테고 다르게는 유튜브 라이브에서 송출해 버리는 방법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임.

만일 MCN 수준에서 접근을 한다면 다국어 구사자를 유튜브 라이브에서 버튜버로 데뷔시킨다는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가 매우 강력할 거임. 그렇게 진입한 시장이 레드 오션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플랫폼 수준에서 TAM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논지로 하는 이 글에서는 크게 논의할 가치가 없겠음.

25년 1월 중 치지직 관련 기사25년 1월 중 치지직 관련 기사

앞으로는 마땅한 근거도 없고 청사진이 대단히 막연하기 때문에 저라면 일본을 단초로 확장할 것 같다는 단순한 접근으로 마무리해 보겠음. 일본으로 확장한다면 저는 주요 아이디어로 두 가지를 기대하고 있음. 하나는 이미 다루었던 고품질의 게임 콘텐츠이고 다른 하나는 버튜버임.

24년 버튜버 시장 국가 통계24년 버튜버 시장 국가 통계

서브 컬처에서 일본의 지배적인 포지션은 모두 알고 있을 거임. 시장의 태생이 일본인 것은 우연이 아니고 인프라가 그대로 쓰이는 버튜버 시장은 일본에게 이니셔티브가 있을 수 밖에 없음. 일본은 가장 큰 버튜버 시장으로 일본어 버튜버 스트리밍이 전체 버튜버 시청 시간의 70% 정도를 차지함.

24년 일본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 통계24년 일본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 통계

수요를 따진다면 트위치 코리아가 글로벌 플랫폼 위에 한국 라이브 스트리밍 생태계가 구축된 환경이긴 했는데 경험적으로 한국 버튜버를 보는 일본 시청자가 없진 않았음. 하지만 관련된 통계도 없고 지금은 트위터 서칭 정도를 제외하면 외부에서 마땅히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지 못 했음.

니지산지 KR이 글로벌 통합된 이후 유튜브 라이브에서의 수요를 참고할 수도 있겠지만 다국어 구사자가 일본 라이브 스트리밍 생태계에 합류하는 지금의 상황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다루지는 않겠음. 언어 장벽이 붕괴되어 한국 생태계 자체를 소구하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할 거임.

기본적으로 매우 가까운 일본과의 문화적 거리감이 가장 기댈 곳이고 저는 정말 접점만 늘린다면 어떤 구석이라도 생길 것이라고 봄. 일본과 대만의 버튜버 MCN이 꾸준히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짐작하건데 한국에 대한 니즈는 적어도 동아시아 국가 간에 양방향으로 열려있다고 생각함.

동시에 그만한 수요를 보여주는 세그먼트는 버튜버 정도가 전부라는 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고 애당초 서브 컬처는 일본과 매우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시장임.

24년 3분기 버튜버 시장 플랫폼 통계24년 3분기 버튜버 시장 플랫폼 통계

버튜버에 대한 그 이상의 실사는 저의 역량이 부족해서 언젠가로 미루겠음. 플랫폼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한국 라이브 스트리밍 전반에 대한 정서적 친밀도를 높이는 방향이 적절할 텐데 결국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면 콘텐츠를 통한 참여자 간의 교류가 가장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함.

그보다 제가 짐작하는 문제는 비용임. 트위치는 항상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그런데도 아마존이 서비스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다루었고 이는 네이버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봄.

그렇다고 해서 아마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일본 시장을 접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24년 7월, 아마존과 라쿠텐에 밀려 네이버의 일본 이커머스 서비스인 마이스마트스토어가 철수했기 때문에 그들이 가장 잘 알 거임. 재진입 가능성은 열어두긴 했지만 진짜 가능할지는 검증해 봐야 하겠음.

그런데도 일본을, 나아가 동아시아권을 기회로 보는 이유는 플랫폼 입장에서 포지션이 분명하기 때문임. 반대로 영어권을 노린다고 가정해 보삼. 아마존과 정면 승부나 마찬가지고 진입 경로도 보다 한정적임. 아주 단순하게 왓츠앱과 라인을 생각해 볼 수 있음. 배경은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거임.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일본 트위치 파이를 당장 가져온다 따위의 무리한 과제가 아님. 저희가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것은 국내 규제로 인한 트위치 코리아 철수가 지금의 시장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임. 덕을 보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국내 기업에게 길을 터주었음.

그런데 저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 SOOP의 글로벌 전략이라고 생각함.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을 전개하여 기존의 글로벌 파이를 빼앗으려는 시도. 이를 달리 말해 보겠음. 규제 덕에 해소된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 다시 뛰어 들기. 문제는 후발 제품이지만 경쟁 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임.

이 글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 보삼. 경쟁 우위가 없는 후발 제품이라는 점에서 그것과 완전히 동일한 진술임. 그리고 많은 이들이 직관적으로 비슷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함.

때문에 저의 관점은 파이의 공유가 최선의 접근이라는 거임. 다른 국가의 스트리머를 플랫폼에 유치하여 파이를 빼앗기보다 언어 장벽의 붕괴를 전제로 한국 스트리밍 생태계 전반을 소구하는 방향이 적절하다는 생각이고 플랫폼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전략을 대략적으로 다루어 보았음.

4)

다소 억측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애써 검증하기 어려운 가설로 TAM의 글로벌 확장을 고민해 보는 것은 때가 온다면 플랫폼 입장에서는 반드시 TAM을 높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결국 이커머스 시장 마냥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도 글로벌로 떠밀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함.

치지직 투자 아이디어처럼 쓰고 싶었지만 가정 위에 가정을 쌓아 올린 빈약한 글이기 때문에 결국 투자 아이디어가 되긴 어렵겠음. 그렇지만 아마추어리즘과 인터넷 문화에 온전히 뿌리를 둔 글로벌 시장은 너무 매력적이고 그래서 누구든지 통할 수 있는 시장인 만큼, 정말 그런 미래가 온다면 모를 일임.